고전적 정치지리학은 세계의 주도권 다툼을 중심지역과 주변지역의 관계에서 고찰한다. 중심지역에 위치한 국가들인 대륙세력과 주변지역에 위치한 국가들을 해양세력이 서로의 세력 확산을 위하여 영역의 확대를 모색하고 이는 세계사의 역사적 갈등으로 나타난다. 이들 두 세력의 접경지[Rimland]에 위치한 한반도는 역사적으로 강대국들이 갈등을 벌였던 장소라는 불편한 지정학적 특징을 안고 있다. 현재의 북한의 경우는 같은 대륙세력인 중국과 러시아의 견제와 갈등이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다. 2010년 북한은 중국과 나진·선봉 및 황금평·위화도 개발협정의 조인을 시작으로 중국의 북한 진출을 허용했다. 지난 수십 년 동안 중국은 동해를 통한 태평양으로의 해양진출을 위한 노력을 계속해 왔다. 특히 중국의 나진항 청진항 진출은 나진에서 청진에 이르는 러시아의 전통적 세력권에 대한 도전이라 할 수 있다. 러시아의 남진이 차단된 현 상황에서 러시아의 남북한에 대한 영향력이 약화되는 것일 뿐 아니라 연해주에서의 절대적인 영향력까지 상실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. 근래에 다시 이슈가 된 시베리아 가스 파이프의 한반도 통과 문제를 러시아 측이 다시 꺼내들기 시작한 것은 러시아의 다급함을 보여주는 문제로 해석할 수도 있을 것이다. 동해를 장악하기 위한 러시아의 노력은 러시아의 남진정책[남·북·러 가스관 프로젝트, 시베리아횡단철도(TSR: Trans Siberia Railroad)와 한반도종단철도(TKR: Trans Korea Railroad)의 연결 등]으로 나타나고 이는 각국의 지경학적 편익 이외에도 지정학적 안보와 연계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. 정치지리학의 창시자 라첼(F. Ratzel)은 국가의 발전이 국가의 지리적 위치에 우선적으로 영향을 받는다고 보았다. 대륙세력의 해양진출로인 동해의 확보는 한반도 주변의 국가세력들에게 중요하고 민감한 주제가 될 것이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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